기상 시간을 둘러싼 오래된 전쟁, 침대가 중재자로 나서다
눈뜸연구소는 수면 압력 센서와 생체 리듬 예측 알고리즘을 결합한 협상형 스마트 매트리스 네고베드 M9을 내년 초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의 핵심은 단순 명료하다. 사용자가 설정한 기상 시간과 신체가 실제로 원하는 기상 시간 사이의 간극을, 침대가 하룻밤 동안의 수면 데이터를 근거로 ‘협상’하여 최적의 지점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기존의 알람 시계나 스마트워치는 정해진 시각에 무조건 진동하거나 소리를 낸다. 사용자의 수면 단계가 얕든 깊든 상관하지 않는다. 눈뜸연구소 수면공학팀장 오하늬 박사는 이 방식을 “일방적 통보”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몸은 협상 가능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100년간 알람이라는 이름의 최후통첩만 받아왔죠.”
렘수면 딥러닝과 8단계 협상 프로토콜
네고베드 M9은 매트리스 내부에 삽입된 256개의 압력 센서와 심박변이도(HRV) 측정 패널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단계를 0.1초 단위로 추적한다. 여기에 기상 목표 시각을 기준으로 ±47분의 협상 가능 구간을 설정하고, 이 구간 안에서 렘수면이 종료되는 최적 시점을 찾아 기상을 유도한다.
협상은 총 8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은은한 조도 변화(3럭스에서 시작해 분당 12럭스씩 증가), 4단계는 침대 프레임의 미세 진동(초당 2.3Hz), 7단계는 실제 사람 음성으로 녹음된 협상 멘트가 재생된다. “지금 일어나면 오늘 하루가 편해집니다. 대신 12분 더 드릴게요.” 8단계에 도달하면 매트리스 각도가 22도까지 서서히 기울어지며 물리적으로 기상을 완료시킨다.
어느 화요일 아침의 협상 기록
사용자 정소림 씨는 오전 6시 40분 기상을 목표로 설정해두었다. 그러나 네고베드 M9은 그의 렘수면이 6시 52분경 자연 종료될 것으로 예측했다.
“6시 40분입니다. 하지만 지금 깨우면 당신은 오늘 오전 내내 멍할 겁니다.” 침대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정소림 씨는 반쯤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몇 분까지 가능해?”
“52분까지 협상 가능합니다. 대신 52분에는 무조건 일어나야 합니다. 각도 조절이 들어갑니다.”
“알았어, 그렇게 해.”
6시 52분, 매트리스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고 정소림 씨는 “이건 좀 치사한데”라고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협상에서 진 기분이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쟁 제품과의 차이, 그리고 남아있는 숙제
글로벌 가전업체 소니아의 ‘슬립싱크 프로’도 유사한 수면 추적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나, 이는 단방향 알림에 그친다. 네고베드 M9의 차별점은 양방향 음성 협상 인터페이스에 있다. 사용자가 “5분만 더”라고 말하면 침대는 그날의 수면 데이터를 근거로 승인 또는 거절 의사를 밝힌다. 무리한 요구, 예컨대 이미 3회 이상 협상이 이루어진 상태에서의 추가 연장 요청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거부한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협상 음성이 지나치게 논리적이어서 새벽에 반박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사전 체험단에서 다수 접수되었다. 한 체험자는 “졸린 상태에서 침대와 논쟁하다 보면 결국 내가 지게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협상 프로토콜이 진행되는 동안 평균 4분 18초의 추가 시간이 소요되어, 오히려 기상이 늦어지는 역설적 상황도 보고되었다.
가격과 출시 범위
네고베드 M9은 퀸사이즈 기준 689만 원, 킹사이즈는 812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여기에 월 구독형 서비스인 ‘협상 데이터 리포트’가 별도로 제공되며, 월 이용료는 1만 9천 원이다. 이 리포트는 사용자가 한 달간 침대와의 협상에서 몇 번 이겼고 몇 번 졌는지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눈뜸연구소는 올해 하반기 국내 주요 백화점 침구관에서 시연 행사를 진행한 뒤, 내년 초부터 온라인 정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하늬 박사는 “우리는 완벽한 기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덜 억울한 기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히며, 인간과 기계 사이의 가장 사소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갈등에 진지하게 접근한 결과물이라고 이 제품을 소개했다.
이 글에 등장하는 제품과 기술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창작물입니다.